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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텐트를 버리는 방법 - 캠핑을 즐기려는 자의 최소한의 소양
    카테고리 없음 2022. 6. 10.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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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물건에 대한 애착이 많아서 처분하거나 버리기가 어려운 사람인데

    출장으로 방문한 제주도 곽지해변에서

    아주 기가막힌 방법으로 버리고 간 텐트를 발견했다.



    곽지해녀의 집 쪽에 있는 작고 예쁜 해변에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처음에는 누군가가 해체하는 중인가보다 생각했는데

    한 시간 가까이 아무도 가까이 가지 않더라.

    가까이 가서 보니 폴대도 부러져있고,

    추측컨데 비바람에 급하게 철수하려다가 어려우니 그냥 두고 간 것이 아닐까?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혹시나 이 안에 사람이 죽어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스킨의 상태, 업라이트 폴대의 녹 등을 봐서는 버리고 간 것이 확실했다.

    아무튼 함께 일행이 있기도하고, 다음 스케쥴이 있어서 발견 당일은 그냥 돌아섰다.



    일정을 마치고도 내내 흉물스럽게 방치된 저 텐트가 생각나더라.

    다음 날, 호텔 체크아웃 일정보다 한 시간 정도 빠르게 정리하고 나와

    호텔 근처 편의점에서 50L 종량제 봉투를 두 개 사들고 문제의 장소로 향했다.



    바람이 불어 아주 쉽지는 않았지만

    모래속에 박혀있는 핑거팩들도 꼼꼼하게 찾아 빼내고,

    아주 낮은 확율로 혹시나 주인이 찾을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에

    텐트 가방에는 플라이와 프레임들 잘 정리해 넣고,

    종량제 봉투 하나에는 이너텐트, 다른 하나에는 그라운드시트를 대강 말아넣었다.

    이쁘게 접어 넣으면 부피가 훨씬 줄었겠지만

    개념없는 사람의 뒤치닥거리를 하는 것도 화가나는 마당에, 고이 접어놓는 것 까지는 하기 싫었다.

    정리한 쓰레기(?)들은 근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살짝 숨겨두고 왔다.

    저 정도만 수습해도, 치워야하는 상황이라면 누구나 쉽게 버릴 수 있고,

    주인이 다시 찾으러 오더라도 가져가기 쉬울테니.






    저 해변에 머무는 동안 많은 관광객들이 산책로를 지나가고 있었고,

    아이들은 민트색 바다와 고운모래에 신이나서 해변을 뛰어다니고 있었는데

    저런 흉물스런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썩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부러진 유리섬유 폴대와 날카로운 금속팩들이 모래속에 보이지 않게 박혀있으니

    해변에 놀러온 누군가가, 아이들이 다치지는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도 컸다.

    주인 없는 자연에서는 최소한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은 지켰으면 좋겠다.






    그리고, 저렇게 해변에 텐트를 버리고 간 무책임하고, 개념없는 사람이

    캠핑이 본인 취미라고는 떠들고 다니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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